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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행기

발리 결혼식 여행기: 더위에 약한 엄마의 동남아 3주 생존기

더위에 약한 엄마의 발리행?
결혼식덕에 동남아 여행 콜!.

 

딸아이 결혼식이 열렸던 발리 비치 글렘핑의 바닷가 석양
발리의 석양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더군요.

 

 

저는 더위와 추위에 모두 약한 편이에요.
그중에서도 ‘더위’는, 제게 늘 큰 시련처럼 다가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체중이 부쩍 늘면서 땀을 흘리는 양도 많아졌어요.
한여름, 볕 아래 몇 걸음만 걸어도 얼굴에 땀이 범벅이 되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매년 여름의 알래스카는 마치 피난처 같아요.
서늘한 바람이 이마의 열기를 식혀주고,
한낮에도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그곳에서
저는 다시 숨을 쉬는 기분이 들곤 하죠.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겨울에만 비가 내리고,
나머지 계절은 늘 바짝 마른 공기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런 건조한 환경에 익숙한 제겐, 남아시아의 습도
숨을 들이쉬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니 무덥고 습한 나라로 여행을 간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설렘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몸이 먼저 긴장하는 일이에요.

 

2019년, 막내딸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싱가포르 지사로 옮긴 뒤
저를 초대했어요.

오랜만에 떠나는 싱가포르,
그리고 그 길에 함께 들른 쿠알라룸푸르,
그리고 홍콩.

이 세 도시에서 저는 매 순간, 땀과 싸워야 했습니다.
에어컨이 없는 길 한복판에서,
자꾸만 헝클어지는 머리를 정리하다가
혼잣말처럼 "다신 안 올 거야"를 되뇌기도 했죠.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그땐 정말 진심이었어요.

 

그런 제가, 다시 한 번 남아시아로 향하게 될 줄이야.
게다가 3주 동안이나.
이번에는 사연이 조금 특별했습니다.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그 딸아이가,
거기서 만난 미국인 남성과 약혼을 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결혼식은 무려 발리에서.
남편이 될 사람의 가족은 달라스와 푸에르토리코에서 오고,
우리 가족은 한국, 미국, 뉴질랜드, 호주에 흩어져 있었으니,
세상의 여러 방향에서 발리로 향하는
이동의 물결이 시작된 겁니다.

 

딸과 신랑의 학창 시절 친구들은 미국에서,
일하면서 사귄 친구들은 싱가포르에서
하나둘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그 뜨겁고 습한 섬으로 향한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딸아이 결혼식의 한 장식
결혼식 사진 미리 투척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