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시작한 하루
하노이에서의 마지막 날,
저희 부부는 하루 종일 시간이 있는 풀데이 일정이었어요.
전날까지의 일정이 잘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이 날은 비교적 여유롭게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호텔 조식을 천천히 즐기고,
첫 행선지였던 공자 문묘(Temple of Literature)로 향했습니다.
베트남에도 유교가 전해졌던 시기가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공자를 모시는 사원이 하노이에도 존재하는데,
그곳이 바로 이 문묘입니다.
다섯 개의 문을 지나며
비록 글자는 읽지 못해도
건축과 정원,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해
베트남의 유교 문화와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어요.
현장학습을 온 어린 학생들과
알록달록한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들,
사당에서 이루어지는 제사 같은 행사…
모든 장면이 저희에게는 참으로 낯설고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스티븐은 그 풍경을 사진으로 담느라
한동안 자리를 비웠을 정도였어요.
그만큼 인상 깊었다고 하더라고요.
하노이 힐튼에서 마주한 역사
두 번째 목적지는
스티븐이 꼭 가보고 싶어 했던 하노이 힐튼이었습니다.
물론 힐튼 호텔은 아니고,
프랑스 식민 시절에 지어진 감옥입니다.
도자기 마을 주민들을 이주시킨 자리에
베트남 독립운동가들을 수감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해요.
나중에는 월남전 당시 미군 포로들을 수용하기도 했고,
특히 존 맥케인 상원의원이 포로로 수감되어 있었던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그의 아버지가 미군 사령관이었기에 베트남 정부가 석방 제안을 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다른 포로들과 끝까지 남았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감동적인 신념으로 회자됩니다.
호텔로 돌아와 마사지 타임
하노이에서의 피로를 풀기 위해
저희는 숙소로 돌아와 마사지를 받기로 했어요.
동남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이 마사지 아닐까요?
이번에도 부부가 함께 딥 티슈 마사지를 받았고,
전문적인 손길 덕분에 여행의 피로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프렌치 쿼터, 그리고 소피텔 메트로폴
오후 4시가 되어
저희는 프렌치 쿼터로 향했습니다.
이 지역에는 오페라 하우스와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이라는
두 곳의 명소가 있었는데,
특히 소피텔 호텔은 꼭 들러보아야 할 장소였어요.
1901년에 지어진 이 호텔은
프랑스 식민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나무 인테리어, 열대 식물들,
그리고 천천히 돌아가는 천장의 씰링 팬까지…
이 호텔의 스트릿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노이의 지난 역사와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하노이는 어떤 상상이 문득 떠오르게 하는 곳인 것 같아요.
천천히 돌아가던 씰링 팬이 왠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프랑스인들의 더위를
식혀주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면,
하노이에 도착하는 날 본 강가의 모습은
예전에 읽었던 『연인』이라는 소설이 문득 떠오르게 했거든요
하얗고 심플한 드레스와 남성용 중절모를 쓴 프랑스 소녀와 중국인 신사의 모습,
그 분위기와 배경이 강가를 바라보는 순간 되살아났습니다.
해질 무렵, 호안끼엠 호수 산책
프렌치 쿼터에서 호안끼엠 호수까지는
공원을 끼고 걷는 약 10분 정도의 산책길이 이어집니다.
4월 초의 하노이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덥지 않아 걷기에도 참 좋은 날씨였어요.
호수 옆에 위치한 호안끼엠 사원은
전설을 간직한 장소입니다.
한 무사가 전쟁에서 승리한 뒤,
호수의 거북이에게 신검을 돌려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요.
사원 안에는 그 거북이의 후손이라 불리는 거북이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호수는
프렌치 쿼터와 올드 쿼터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올드 쿼터에서의 마지막 저녁
다시 올드 쿼터로 돌아온 저희는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고수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베트남 국수는 패스했지만,
스티븐은 국수 한 그릇을 맛있게 먹었어요.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건… 가격! 단돈 2달러였습니다. 😊
그 후 저는
전날 지나가며 눈여겨봤던 해산물 식당을 찾아냈어요.
길거리 식당이었지만
진열된 해산물의 비주얼이 아주 좋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소라와 대합을 삶고,
쭈꾸미와 굴도 구워 주셔서
정말 배부르게,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루프탑에서 마무리하는 하노이의 밤
하노이에서의 마지막 밤은
역시 루프탑 바에서 마무리해야죠.
저희가 묵은 호텔에 루프탑이 있어서
조용히 올라가 앉았어요.
호안끼엠 호수의 야경이 은은하게 보이고,
다른 루프탑의 불빛들도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아침 조식과 마사지 때 만났던
한 중년 여성 여행자분을 다시 만났어요.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계시고,
세 달간 여행 중인데 아직 한 달이 더 남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낭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할 예정이라며
들뜬 표정으로 이야기하셨습니다.
하노이를 떠나며
하노이는
거리가 깨끗하지 못하고, 치안도 불안하다는 얘기를 들으며 갔는데요,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는 깨끗하고 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오래된 도시라 곳곳이 정돈되지 않았고,
쓰레기 봉투들이 길가에 놓여있기도 했지만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너무 심하지는 않았고,
선입견보다는 훨씬 나았다는 것이 저희의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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