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설렘으로 가득했어요
작년, 2024년 1월쯤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들과 그리스 여행 계획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구상은 제가 계획한대로 꽤나 근사했지요.
일주일간 요트 여행을 즐긴 뒤,
낙소스섬(Naxos)에서 또 일주일을 보내는 것.
낙소스에 넓고 아름다운 빌라도 이미 예약을 완료해 두었고,
모든 준비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
그런데 어느 날,
막내딸이 전해온 믿을 수 없는 소식.
“엄마, 요트 예약 사이트 zizoo가 파산했대요...!”
이미 계약하고 절반을 지불해둔 상태였기에
순간 멍해졌습니다.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회사는 끝내 답이 없었고,
결국 포기해야 했지요.
다행히 결제는 애플페이를 통해 환불받을 수 있었지만,
그 순간 느꼈던 상실감은 참 컸습니다.
할 수없이 크리스티아나 요트 회사에 직접 전화하여 사정 설명을 하고
예약은 그대로 보존해주기로 했지요.
하나 둘 드러난 현실들
하지만 진짜 복병은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88세이신 아버지는 건강하신 편이지만,
지팡이를 짚고 아주 천천히 걷는 상황이었고,
조카의 말에 따르면
"흔들리는 요트에 타고 내리시는 것이 아예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또한, 요트 회사 캡틴으로부터 들은 말.
"4월 초엔 바람이 심하게 불 수 있어서
섬 이동을 원하는대로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심지어 산토리니와 낙소스까지 갈 수 없을 수도 있다니,
계획 전체가 위태로워졌습니다.
마지막 결정타: 아버지의 뱃멀미
그리고 최종적으로,
아버지가 뱃멀미가 심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리스 여행을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리셨던 부모님을
뱃멀미 때문에 요트에 태우지 못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결국, 요트 여행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의 상황도 겹쳤어요
아들은 회사 일정상,
딱 4월 초~중순이 가장 바쁜 시기라고
오래전부터 조심스럽게 말해왔습니다.
프레젠테이션, 투자자 미팅, 기획 발표 등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일정이 겹쳐 있었어요.
계속되는 비보에 정말 낙담이 되더군요.
잠시 "모두 다 그만둘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래도 이 모든 악조건에서도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가족과 함께하려
애쓰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을 단단히 다잡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여행의 의미는
꼭 '계획대로'가 아니라
'함께 하려는 마음'에 있는 걸지도 몰라.”
새로운 여행을 그리며
요트 여행을 포기한 그날부터,
남편과 저는 다시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섬을, 어떤 순서로 여행하면 좋을까?”
빠르게 검색하고, 지도를 보고,
때론 오래 이야기하며
새로운 여정을 설계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은 아쉽지만,
그 또한 여행의 일부라는 걸,
조금은 배워가고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어떤 섬을 고르고,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되었는지
이어가겠습니다.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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