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하는 독일의 작은 보물들
저희 부부가 특별히 애정하는 독일 제품이 몇 가지 있습니다.
보쉬, 필립스, 미엘처럼 품질 좋은 전자제품은 물론,
수집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들도 있어요.
바로 뻐꾸기시계와 호두까기 인형입니다.
특히 Steinbach(스타인바흐)라는 브랜드의 호두까기 인형은
표정 하나하나에 개성이 살아있어서 더욱 특별해요.
제가 가르쳤던 한 가족도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벽난로 위에 스타인바흐 인형을 하나씩 늘어놓곤 했는데,
보스톤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매년 하나씩 보내주신다고 해요.
그 스토리와 풍경이 얼마나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도 다짐했어요.
"나중에 손주가 생기면, 매년 하나씩 선물해줘야지."
지금도 매해 한 두개씩 소중히 모으고 있답니다.
전설 속 블랙 포레스트와 뻐꾸기시계
또 하나,
독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뻐꾸기시계입니다.
세계 최고의 정확성을 자랑하는 독일 시계 중에서도
Black Forest (Schwarzwald) 지역에서 만들어진 뻐꾸기시계는
전통과 품질 모두 인정받고 있어요.
슈투트가르트에서 차로 남서쪽으로 약 두 시간.
산을 따라 이어지는 굽이굽이 길을 달리다 보면,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들이 나타납니다.
이곳이 바로 블랙 포레스트.
항상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죠.
사람 크기의 뻐꾸기시계!
블랙 포레스트에는
실제 집 크기만 한 거대한 뻐꾸기시계가 세 군데나 있어요.
- 매 시간마다 쿠쿠 쿠쿠 하며 뻐꾸기가 등장하고,
- 사람이 직접 나와 종을 울리고,
- 커플이 춤을 추는 퍼포먼스도 펼쳐집니다.
사람 키만 한 피겨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아이처럼 눈이 반짝였어요.
스티븐과 뻐꾸기시계의 인연
남편 스티븐은
뻐꾸기시계(cuckoo clock)를 참 좋아합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 속,
아이들이 "쿠쿠 쿠쿠" 노래를 부르던 장면 기억하시나요?
영어로 뻐꾸기 시계를 쿠쿠클락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쿠쿠클락이라고 할 때마다 이 장면이 떠올라요.
그래서 그런지 그 순수하고 해맑은 느낌이
스티븐에게서 종종 느껴지곤 해요. 😊
몇 해 전,
스티븐은 에스테이트 세일(Estate Sale)에서
해체된 고물 뻐꾸기시계를 발견했어요.
단돈 25달러.
줄도, 추가도, 시계 몸체도 모두 따로따로…
겉보기엔 정말 "쿠쿠" 그 자체였죠. 😅
하지만 스티븐은
그 시계를 꼭 살리고 싶어 했고,
저는 겨우겨우 오래된 시계를 수리하는 곳을 찾아주었습니다.
1860년대의 앤티크, 우연처럼 찾아오다
일주일 뒤,
고쳐진 시계를 찾으러 간 시계점.
벽을 가득 채운 수백 개의 시계들 사이에서,
우리의 뻐꾸기시계가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주인장께서 말씀하셨어요.
"이건 블랙 포레스트 제품이에요.
아마 1860년대에 만들어진 걸 겁니다."
오호라! 이게 웬 횡재인가요?
소가 뒷걸음질치다 쥐를 잡은 줄 알았어요.
하지만 사실,
스티븐은 우연히 산 게 아니었어요.
원래 눈썰미도 좋고,
앤티크를 보는 안목이 꽤 뛰어난 사람이거든요.
그 뒤로 저희 집엔
뻐꾸기시계가 하나둘 늘어나 지금은 다섯 개.
그 중 하나는 아직 집 한구석에 누워 있답니다.
좁은 집에 다 걸어둘 수가 없거든요.
숫자와 함께하는 독일식 대화
하루 종일
현지 가이드 역할을 해준 피터와 일세 부부 덕분에
블랙 포레스트를 깊숙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다니면서 재미있는 걸 하나 발견했어요.
숫자.
독일 분들은 대화할 때
꼭 거리나 시간 같은 정보를 숫자로 정확히 덧붙이더라고요.
“내일은 튜빙엔을 갈 예정이야. 3K.”
“전에 어디 어디를 갔는데, 멀더라고. 7K.”
처음엔 K가 뭐지? 싶었는데,
킬로미터(Kilometer)를 줄여서 그렇게 말하는 거였어요.
또 하나, 자주 들은 단어가 있었어요.
'피아(Pia)'.
처음엔 여성 이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독일식으로 부르는 피에르(Pierre)였더라고요.
이름이 너무 예쁘다 생각했는데... 하하, 피에르였다니!
그리고 다음 날,
저희는 드디어 그 '피아'를 직접 만나게 됩니다.
작은 요약
Day 2는
시간을 품은 블랙 포레스트에서,
숫자와 전통,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난 하루였어요.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33일간의 유럽 여행기 (연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럽 여행기] 유럽인들은 왜 그렇게 여행을 즐길까? – 브뤼헤와 볼렌담에서 만난 삶 (8) | 2025.04.26 |
---|---|
Day 1. 프랑크푸르트에서 아샤펜버그까지, 그리고... 프레첼 (2) | 2025.04.23 |
연재 소개글: 이상하고도 아름다웠던 33일간의 여행 (2) | 2025.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