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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일간의 유럽 여행기 (연재)

연재 소개글: 이상하고도 아름다웠던 33일간의 여행

4년전 저와 남편은 유럽으로 35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에서 만난 남편의 지인들과 친한 친구들, 그리고 우연히 알게된 인연들을 통해 사람의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배우고 돌아왔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거나, 비 인기 지역, 작은 마을들을 다니며 유럽의 문화와 풍경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이번 여행은 사람으로 인해 따뜻하고 행복했답니다. 그래서 여행이 끝나기도 전에 글을 쓰기 시작했지요. 그 원고를 연재로 살짝 방출합니다. 글은 Day 1, Day2...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함께 여행하는 느낌으로 같이 다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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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길었다.  33일의 유럽여행은 꽤 긴 여정이었다.   남편이 독일과 덴마크로 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 나는 살짝 실망했다. 독일과 덴마크는 이미 여러 번 가보았고 나는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를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을 가고 싶다. 그런데 그는 2년 전 운명한 친구의 지인들을 만나고 싶다고, 그리고 오랫동안 못 만난 덴마크의 친구들을 보고 싶다고 한다. 특별히 고집을 부리거나 독선적인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다. 그렇게 하자고 했다.  대신 나는 샴페인 지방과 암스테르담을 꼭 가고 싶다고 했고 스티븐이 가보지 못한 벨기에의 브뤼헤도 끼워 넣었다. 가장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독일과 덴마크에서의 일정은 지인을 만나거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짜였다. 그들은 모두 남편의 인맥이라 나는 좀 막연하고 불편하기까지 했다. 모르는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하는 여행이라니...  이번 여정은 시작 전부터 약간 막연하기도 했고 무얼 기대해야 할지 몰랐던 여행이었다.

 

독일 프랑켄 지방의 작은 마을 집 모습

 

기대와 달리 여행 첫날부터 시작된 이 신기하고 아름다운 인연은 여행의 막바지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 지성적이지만 교만하지 않은 사람들, 진심이 통하는 우아한 사람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특별히 잘난 사람도 뛰어난 사람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하고 개성 있는 삶과 그들의 우아한 클래스. 진실되게 사는 사람이 우아한 사람이라는 걸 처음 깨닫는다. 그리고 그들의 따뜻한 진심이 전해져서 일까?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깨닫고 감동하고... 각기 다른 철학으로 다른 방식으로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이번 여행의 주제이자 결산은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벨기에, 브루주의 야경

 

33일간의 이번 여행의 또 다른 특색을 꼽아본다면, 그건 신비롭고 이상한 나라에 다녀온 느낌이라는 것이다.  이번엔 특별히 대도시보다는 작은 마을들과 자연을 다니면서 숨어서 반짝이는 보석 같은 곳을 많이 다녀봤다. 스웨덴의 빽빽한 나무 사이로 신비롭게 펼쳐진 이끼 가득한 길. 마치 프로도와 함께 반지의 제왕을 찾아 떠나는 길,  빨간 지붕 위로 하얀 점들이 박혀있는 버섯과 보라색, 주황색, 노란색 버섯들이 가득한 동화나라 같은 스웨덴의 숲길. 라푼젤이 높게 열린 작은 창문으로 긴 머리채를 드리울 것 같은 성이 있는 독일의 중세 마을들... 모젤 강변의 포도밭과 그림 같은 마을들, 프랑스의 샴페인 농가, 이보다 더 로맨틱할 수 없을 듯한 운하들,..  이번 여행은 주로 작고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였다. 여행지가 작고 섬세하고 아기자기해서인지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성도 섬세하고 잔잔하면서도 감동스럽다. 큰 도시를 여행하면서 느껴보지 못한 신비롭고 낭만 가득했던 여행이었던 것 같다.

 

여행을 하면서 이 여행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33일간의 이상하고 신비로웠던 그리고 아름다웠던 여행을 이제부터 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