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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즐긴 특별한 와인 테이스팅

by 허니 버니 2025. 2. 25.


며칠 전 리지 와이너리 (Ridge Winery) 에서 와인 테이스팅을 했는데, 뭔가 조금 아쉬웠습니다. 보통 나파에 가면 하루에 두세 군데 와이너리를 들르는데, 한 곳만 방문하니 살짝 감질나더군요.


그래서 남편과 함께 집에서 제대로 된 와인 테이스팅을 해보자! 결심하고, 오는 길에 Trader Joe’s에 들렀습니다. 와인 안주로는 브리 치즈, 남편이 좋아하는 블루치즈(소시에테), 살라미, 모둠 치즈, 버팔로 모차렐라 치즈와 함께 에어룸 토마토, 딸기 등 다양한 재료를 준비했습니다. 저녁으로는 새우 샐러드를 만들었는데, 샐러드 믹스에 올리브오일 + 레몬즙 + 홀 그레인 머스터드를 섞어 훌륭한 드레싱을 완성했습니다. 아보카도와 새우의 조합이 정말 환상이었어요. 올리브는 크레타에서 사 온 블랙 올리브와 그린 올리브를 곁들였고요.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남편이 와인 네 병을 꺼내더니 모두 감춰두고, 작은 카라페에 따로 옮겨 담아 표시만 해두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브랜드나 빈티지에 대한 선입견 없이 오롯이 와인의 맛과 향에 집중할 수 있죠. 아래처럼 네 잔에 각기 다른 와인을 따르고 테이스팅을 시작했습니다.

🥂 테이스팅 리스트

1️⃣ Louis Martini Pinot Noir 1968
2️⃣ Louis Martini Cabernet Sauvignon 1970
3️⃣ Luna Merlot 2012
4️⃣ Clos du Val 2009


테이스팅 노트


✔ Louis Martini Pinot Noir 1968
잔에 따르자마자 이미 색이 갈색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최적의 온도와 습도로 보관했지만, 57년이라는 세월을 완전히 견디기는 힘들었겠죠. 하지만 놀랍게도 아직 마실 만했습니다. 포트 와인처럼 약간의 단맛이 느껴졌고, 바디감은 많이 약해졌지만, 차가운 상태로 유지해서인지 끝까지 괜찮았습니다. 오래된 와인은 차갑게 마시는 것이 필수입니다. 그래야 급격한 맛 변질을 막을 수 있거든요.

참고로, 예전 나파의 피노 누아는 지금과는 달리 풀바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와인이 57년이나 버티지는 못했을 겁니다.

✔ Louis Martini Cabernet Sauvignon 1970
처음 잔에 따랐을 때는 역시 갈색 기운이 돌았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색이 점점 원래 와인 컬러로 돌아오더군요. 깜짝 놀랄 만큼 색이 회복되었습니다. 맛 또한 아직 훌륭했습니다. 아무래도 ‘Cabernet Special Selection’이라서 그런지 구조감이 탄탄했고, 2년 차이도 한몫했겠죠.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와인에 손이 자꾸 갔습니다.

✔ Luna Merlot 2012
이 빈티지의 루나 와인은 멀로와 캐버네 소비뇽의 개성이 뒤바뀌었던 시기였습니다. 멀로가 풀바디, 캐버네가 미디엄 바디였죠. 저는 한 모금 마시고 “이건 캐버네!“라고 단언했는데, 남편이 “이거 루나 와인이야”라고 힌트를 주는 바람에 “아, 그러면 멀로!” 하고 정답을 맞췄습니다. 😆 예전에 남편이 멀로와 캐버네를 적당히 블렌딩해서 아주 맛있는 조합을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 Clos du Val 2009
잔을 들고 향과 맛을 보자마자 “나파, 캐버네, 빈티지 2000~2010년 사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2009년!“이라고 딱 맞추었다고 신기해했어요.. 역시 Clos du Val은 전형적인 나파 스타일의 와인입니다. 처음에는 세코이아 그로브(Sequoia Grove)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Clos du Val이었네요. 확실히 나파의 힘 있는 캐버네 소비뇽의 전형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와인이었습니다.

완벽했던 홈 와인 테이스팅


이번 테이스팅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오래된 빈티지 와인들을 다시 음미해볼 수 있었고, 블라인드 테이스팅 덕분에 선입견 없이 와인을 평가할 수 있어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57년 된 피노 누아와 54년 된 캐버네 소비뇽이 아직도 마실 만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역시 제대로 보관하면 와인은 시간이 지나도 우리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다음번에는 좀 더 다양한 빈티지와 와이너리의 와인들을 모아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확실히, 이런 경험이야말로 진정한 와인 테이스팅의 즐거움이 아닐까요?